5화 — 엄마의 튀김옷
로젠하르트 저택의 주방은 요리장 마르타의 왕국이었다.
쉰 살이 넘은 마르타는 덩치가 공작 못지않았고, 국자를 휘두르는 솜씨는 기사단장의 검술 못지않았다. 그녀의 주방에 허락 없이 발을 들인 자는 하인이든 귀족이든 국자 세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저택의 오랜 전설이었다.
그 전설의 주방 한복판에, 지금 열세 살 셋째 아가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었다.
"닭을…… 튀기신다고요?"
마르타가 국자를 쥔 채 되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당혹감과 모욕감이 반반 섞여 있었다.
"응. 기름에 푹 담가서."
"아가씨, 닭은 굽는 겁니다. 아니면 삶거나요. 기름에 튀기는 건 가난한 집에서 남은 빵 쪼가리나 하는 짓입니다. 게다가 그 많은 기름이 얼마나 비싼지 아십니까?"
"알아. 그래서 계산해 왔어."
엘리시아가 품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클라리스의 글씨로 기름값, 닭값, 밀가루값, 장작값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맨 아래에는 '1마리당 원가'와 '예상 판매가', 그리고 '기름 재사용 횟수에 따른 원가 절감률'까지.
마르타는 양피지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엘리시아를 쳐다보았다. 다시 양피지. 다시 엘리시아.
"……이게 무슨 주문입니까?"
"주문 아니고 원가 계산."
"그게 주문이지요."
엘리시아는 반박을 포기했다.
첫 번째 시도는 처참했다.
엘리시아는 기억을 더듬었다. 엄마는 닭을 손질한 뒤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 그다음 밀가루와 전분을 섞은 가루를 묻히고, 물에 갠 반죽을 입히고, 다시 가루를 묻혔다. 그리고 두 번 튀겼다. 한 번은 낮은 온도에서 속까지 익히고, 한 번은 높은 온도에서 겉을 바삭하게.
문제는 이 세계에 전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온도계도 없었다.
밀가루만 입혀 튀긴 닭은 겉이 눅눅했고, 기름 온도를 가늠하지 못해 속은 핏기가 돌았다. 마르타는 한 입 베어 물고는 말없이 접시를 밀어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기름이 너무 뜨거웠다. 닭은 3분 만에 숯덩이가 되었다. 주방에 연기가 가득 찼고, 놀란 하인 하나가 "불이야!"를 외치는 바람에 기사 셋이 물동이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카이엘이었다. 그는 연기 속에서 시커메진 닭과 앞치마 차림의 엘리시아를 번갈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물동이를 내려놓고 나갔다.
나가는 등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웃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두고 봐.'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엘리시아는 매일 오후 주방에 틀어박혔다. 클라리스는 시도할 때마다 기름 온도, 튀긴 시간, 결과를 기록했다. 이사벨라는 "검술 수련 후에 먹을 게 필요하다"며 실패작을 몰래 집어 갔다. 루루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방 의자에 앉아 침을 흘렸다.
그리고 일곱 번째 날, 해결책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아가씨, 이거 써 보시겠습니까."
마르타였다. 그녀가 내민 것은 하얀 가루가 담긴 작은 항아리였다.
"감자를 갈아 물에 가라앉히면 바닥에 이게 남습니다. 북부 시골에서는 이걸로 국물을 걸쭉하게 하지요. 귀족 요리에는 안 쓰는 거라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만."
엘리시아는 가루를 손가락으로 비볐다. 뽀드득. 손끝에서 익숙한 소리가 났다.
감자 전분이었다.
"마르타." 엘리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사랑해."
"……예?"
"아니, 고마워. 진짜로."
마르타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엘리시아가 주방에 들어와도 국자를 들지 않았다.
온도 문제는 엘리시아가 해결했다. 엄마가 하던 방법이 떠올랐다. 기름에 반죽을 한 방울 떨어뜨려,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가 천천히 떠오르면 낮은 온도. 중간쯤에서 떠오르면 첫 번째 튀김에 알맞은 온도. 떨어지자마자 위에서 지글거리면 두 번째 튀김 온도.
'윤희야, 기름한테 물어보는 거야. 반죽 한 방울로.'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엘리시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소금물에 하룻밤 재운 닭. 밀가루와 감자 전분을 섞은 가루. 마늘과 후추, 그리고 마르타의 향신료 선반에서 찾아낸 파프리카 비슷한 붉은 가루. 반죽, 가루, 다시 반죽. 그리고 두 번 튀기기.
기름 속에서 닭이 지글지글 노래를 불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엘리시아는 열 살로 돌아가 있었다. 기름 냄새 가득한 작은 가게. 계산대 밑에 쪼그려 앉아 숙제를 하던 오후. "윤희야, 첫 조각은 네 거야" 하며 엄마가 건네주던, 갓 튀긴 날개 한 조각.
"아가씨?"
마르타의 목소리에 엘리시아는 정신을 차렸다. 뺨이 젖어 있었다. 기름 연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기로 했다.
황금빛으로 튀겨진 닭이 망 위에서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날 저녁, 로젠하르트 가족의 식탁에는 은쟁반 대신 커다란 나무 바구니가 놓였다.
"이게…… 엘리가 만든 거냐?"
공작이 바구니 속 황금빛 덩어리들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공작부인은 우아하게 눈썹을 올렸고, 이사벨라와 클라리스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루루는 포크도 없이 손을 뻗었다가 이사벨라에게 손등을 맞았다.
"손으로 드셔도 돼요." 엘리시아가 말했다. "원래 그렇게 먹는 거예요."
"손으로?" 공작부인의 눈썹이 한층 더 올라갔다.
"네. 손으로 먹어야 맛있어요."
잠시의 침묵. 그리고 공작이 껄껄 웃으며 가장 큰 다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장에서는 다 손으로 먹었지!"
바삭.
그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려 퍼졌다.
공작이 움직임을 멈췄다. 입안의 것을 천천히 씹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그 커다란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레오?" 공작부인이 놀라서 남편을 보았다.
"맛있어……" 공작이 울먹였다. "너무 맛있어, 베아…… 내 평생 이런 걸 먹어 본 적이 없어…… 우리 엘리가…… 우리 아기가……"
"아버지, 그냥 닭인데요."
"그냥 닭이 아니야! 이건…… 이건 기적이야!"
공작부인은 한숨을 쉬며 손수건을 꺼내 남편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도 날개 한 조각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우아하게, 아주 작게 한 입.
바삭.
공작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조각을 다 먹고 나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두 번째 조각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세 번째.
"어머니, 그거 제 거예요." 이사벨라가 항의했다.
"이 집의 안주인은 나란다, 이사벨라."
바구니는 10분 만에 비었다. 루루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핥고 있었고, 클라리스는 기름 묻은 손으로 수첩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적었다. 공작은 여전히 훌쩍이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엄마의 튀김옷이, 아빠의 치킨이, 전혀 다른 세계에서 전혀 다른 가족을 웃게 하고 있었다. 슬프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한 기분이었다.
"엘리." 공작부인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물었다. "이걸 어떻게 할 생각이니?"
엘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등 뒤에서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맨 위에는 클라리스의 글씨로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로젠 치킨 사업 계획서]
"팔 거예요." 엘리시아가 말했다. "영지 시장에서요. 그리고 그 돈으로, 금화 상회 빚을 갚을 거예요."
공작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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