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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이 집, 곧 망합니다.

4화 — 양피지 브리핑

조회 4 약 5분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싶어요."

일요일 아침 식사 자리. 엘리시아의 말에 식탁 위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이사벨라는 찻잔을 든 채로, 루루는 잼 바른 빵을 입에 문 채로, 공작은 칠면조 다리를 쥔 채로 굳었다.

"가족…… 회의?" 공작이 되물었다. "그게 뭐냐, 엘리야. 새로운 놀이냐?"

"우리 집 재정 상태에 대해 보고드릴 게 있어요."

"재정?" 공작이 껄껄 웃었다. "우리 엘리가 어려운 말을 다 아는구나! 하지만 그런 건 바르톨로가 다 알아서 한단다. 20년 동안 한 번도 문제가 없었어."

식탁 끝에 서 있던 집사 바르톨로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은발을 단정히 빗어 넘긴,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얼굴이었다. 엘리시아는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창구에서 대출 사기범들도 저렇게 웃었지.'

"20년 동안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라, 20년 동안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거예요."

바르톨로의 미소가 아주 잠깐,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굳었다.

"엘리시아." 공작부인이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30분이면 되겠니?"

"베아?" 공작이 놀란 얼굴로 아내를 보았다.

"아이가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건 처음이에요, 레오. 들어 봐요." 공작부인이 바르톨로를 돌아보았다. "바르톨로, 자네는 잠시 나가 있어 주겠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님."

바르톨로가 물러가자 엘리시아는 클라리스에게 눈짓했다. 클라리스가 식탁 아래에서 둘둘 만 양피지 뭉치를 꺼냈다. 두 사람은 식기를 한쪽으로 밀고, 식탁 위에 양피지를 하나씩 펼쳤다.

전생이라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였을 것이다. 지금은 클라리스의 단정한 손글씨로 채운 양피지 일곱 장이었다.

"첫 번째 장은 요약이에요." 엘리시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저절로 창구에서 쓰던 톤으로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근 3년간 공작가에서 금화 약 3,400닢이 사라졌어요."

식탁이 조용해졌다.

"두 번째 장. 사료 대금 이중 지급. 마구간 출납 판자와 비교한 자료예요. 세 번째 장, 영지 보수비. 실제 공사 내역은 정원사 증언으로 확인했어요. 네 번째 장, 존재하지 않는 하인 다섯 명의 급료. 하인 명부와 대조했고요."

엘리시아는 장마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어 가며 설명했다. 클라리스가 옆에서 날짜와 증인을 보충했다. 처음에는 웃음기가 남아 있던 공작의 얼굴이 장을 넘길수록 점점 굳어 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이에요."

엘리시아는 망토 안에서 기름 먹인 천에 싼 가죽 장부를 꺼냈다.

"마차 창고 바닥 아래에서 찾은 거예요. 공식 장부와 같은 날짜, 다른 금액. 그리고 맨 오른쪽 칸에 'B'라는 항목이 매달 적혀 있어요."

공작이 장부를 받아 들었다. 거대한 손이 양피지를 넘겼다. 한 장, 또 한 장.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벽난로의 장작 타는 소리만 들렸다.

이윽고 공작이 장부를 덮었다.

"……이건 바르톨로의 글씨다."

그 목소리는 낮고, 이상하게 조용했다. 엘리시아는 처음으로 '북부의 철벽'이라는 별명이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식당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카이엘." 공작부인이 문 쪽을 향해 말했다. "거기 있는 거 알아. 들어오렴."

문이 삐걱 열리고, 견습 기사복을 입은 소년이 어색하게 들어섰다. 엘리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이엘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슬쩍 시선을 피했다.

"……장부 찾을 때 같이 있었습니다. 혹시 증언이 필요하실까 봐."

"고맙구나." 공작부인이 미소 지었다. "그럼 기사단장에게 가서, 바르톨로의 방과 마차 창고를 지키라고 전해 주겠니? 아무도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게."

"예, 마님."

카이엘이 달려 나가자 공작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엘리시아를 내려다보았다. 엘리시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혼날까. 집사를 의심하고, 밤에 몰래 돌아다니고, 집무실을 뒤진 일로.

그런데 공작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커다란 두 손으로 엘리시아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

"엘리야."

"……네."

"이걸 혼자서 알아낸 거냐."

"클라리스 언니가 도와줬어요. 그리고 카이엘도요."

공작은 한참 동안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어린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놀라움이었고, 부끄러움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랑스러움이었다.

"아빠가 부끄럽구나. 내 집을 지키는 일을, 열세 살 딸에게 맡겼어."

엘리시아는 목이 메었다. 전생에서 그녀의 아빠는 '금방 갔다 온다'는 말만 남기고 떠났다. 그녀는 아빠에게 칭찬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낯설고도 익숙한 이 커다란 사람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아니에요." 엘리시아가 겨우 말했다. "이건……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에요."

"우와아." 루루가 잼 묻은 입을 벌린 채 감탄했다. "엘리 언니 진짜 마법사였구나."

"마법 아니야, 루루."

"그럼 뭔데?"

"……회계."

"회계가 뭔데?"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마법."

"역시 마법이잖아!"

식당에 처음으로 웃음이 터졌다. 이사벨라는 눈물을 닦으며 웃었고, 클라리스는 수첩에 '회계: 돈의 행방을 아는 마법(엘리시아 정의)'이라고 적었다. 공작은 엘리시아를 번쩍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열세 살이나 됐다며 버둥거렸지만, 엘리시아는 굳이 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바르톨로는 그날 오후 기사단에 체포되었다. 그의 방 벽 속에서 금화 600닢과 함께, 왕도의 한 상회와 주고받은 편지 꾸러미가 나왔다.

그날 밤, 엘리시아는 클라리스와 함께 그 편지들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편지에서 손을 멈췄다.

공작이 차용증에 서명했으니 일은 거의 끝났소. 이율은 우리가 정한 대로요. 3년이면 남부 곡창지대는 우리 것이 될 거요. 수고비는 약속대로 보내겠소. — 금화 상회, G.

"G……" 클라리스가 중얼거렸다. "금화 상회 수장이 그레고르 남작이잖아."

엘리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바르톨로를 잡았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저 창구 직원이었을 뿐이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있었다. 아버지가 서명한 차용증. 금화 8,000닢, 월 3할, 복리.

바르톨로가 빼돌린 돈을 다 되찾아도, 그 빚은 매달 불어나고 있었다.

'횡령범 하나 잡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네.'

엘리시아는 편지를 접었다. 창밖으로 공작령의 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남쪽 지평선 너머, 그레고르 남작이 노리는 곡창지대가 있을 것이었다.

"언니."

"응."

"우리, 돈 벌어야 해. 아주 많이."

클라리스가 안경을 고쳐 썼다.

"어떻게?"

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아주 오래된 냄새가 떠올랐다. 기름 냄새. 튀김옷이 지글거리는 소리. 엄마의 앞치마. 그리고 헬멧을 쓰며 웃던 아빠의 얼굴.

"……언니, 닭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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