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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이 집, 곧 망합니다.

1화 — 금박 천장

조회 6 약 4분

처음 느낀 것은 냄새였다. 기름 냄새도, 병원 소독약 냄새도 아니었다. 라벤더와 밀랍, 그리고 아주 오래된 나무 냄새.

두 번째로 느낀 것은 무게였다. 몸 위에 무언가가 얹혀 있었다. 이불치고는 지나치게 묵직하고, 지나치게 따뜻하고, 지나치게…… 훌쩍거렸다.

"엘리…… 엘리, 제발 눈 좀 떠……"

윤희는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그것도 금박을 입힌 천장이. 포도 넝쿨과 천사들이 양각으로 새겨진 석고 장식 사이로 금빛이 번들거렸다. 그 아래로는 연한 하늘색 비단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침대 기둥이 네 개 달린,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침대였다.

'아, 여기가 저승이구나. 생각보다 인테리어 예산이 넉넉하네.'

"눈 떴어! 언니들, 엘리가 눈 떴어!"

가슴 위에서 무언가가 벌떡 일어났다. 금발 곱슬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일고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윤희를 내려다보았다.

누구세요, 라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목에서 나온 것은 쇳소리 섞인 기침이었다. 그리고 그 기침 소리가, 이상하게 가늘고 높았다.

문이 벌컥 열렸다. 두 명의 소녀가 거의 넘어질 듯 뛰어 들어왔다.

앞선 쪽은 열아홉쯤 되어 보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금발에, 조각상처럼 반듯한 얼굴. 그런데 드레스 소매 끝이 이상하게 걷어 올려져 있었고, 손바닥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뒤따라온 쪽은 열여섯쯤, 갈색이 도는 금발을 대충 틀어 올리고 코끝에 안경을 걸친 소녀였다. 한 손에는 두꺼운 책을 든 채였다.

"엘리시아!"

백금발 소녀가 침대 옆에 무릎을 꿇더니 윤희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 손은 크고 단단했다. 아니, 윤희의 손이 작았다. 터무니없이 작았다.

윤희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굳은살 하나 없는 손가락. 8년 동안 지폐 계수기와 키보드를 두드려 생긴 검지의 굳은살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흘이나 깨어나지 않았어. 의사들은 이제 기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백금발 소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에서 떨어질 때 머리를 부딪쳤대. 기억나니?"

말. 말에서 떨어졌다고. 트럭이 아니라.

"이사벨라 언니, 너무 다그치지 마." 안경 쓴 소녀가 책을 탁 덮으며 말했다. "머리를 다친 환자에게 연속 질문은 최악이야. 『왕립 의학 총론』 3권 211쪽에 나와."

"클라리스,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지금이니까 나오는 거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양 갈래 머리의 꼬마가 윤희의 뺨을 조심스럽게 쿡 찔렀다.

"엘리 언니, 루루 알아봐?"

윤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맞물리고 있었다. 은행 전산 시스템이 야간 배치를 돌릴 때처럼, 낯선 데이터가 한 줄씩 들어와 정렬되었다.

로젠하르트 공작가. 발레리아 왕국 북부를 다스리는 가문. 공작 레오나르트와 공작부인 베아트리체. 그리고 딸 넷. 이사벨라, 클라리스, 엘리시아, 루루.

엘리시아. 셋째. 열세 살.

그 기억들은 분명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마치 3인칭으로 바라본 듯한 기억이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 읽는 것처럼 생생하면서도, 어딘가 멀었다. 승마 수업, 지루한 자수 시간, 언니들의 드레스를 몰래 입어 보던 오후. 그리고 사흘 전, 고집을 부려 탄 흑마가 날뛰던 순간까지.

이상한 것은 그 기억들이 조금도 낯설지 않다는 점이었다. 언니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다. 손등의 작은 흉터가 일곱 살 때 정원 장미 덩굴에 긁힌 자국이라는 것도, 루루가 천둥 치는 밤마다 자기 침대로 기어든다는 것도 그냥 알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처럼.

윤희는 문득 등골이 서늘해졌다. 서윤희가 엘리시아의 몸에 들어온 것일까. 아니면 엘리시아가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서윤희라는 아주 긴 꿈을, 아니 전생을 기억해 낸 것일까.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윤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잠깐. 이거 혹시…… 그거야? 유튜브 광고에 나오던 웹소설 같은 거?'

"엘리?" 이사벨라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괜찮니? 어디 아파?"

윤희는, 아니 엘리시아는 자신이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8년간 창구에서 단련된 목소리로, 최대한 침착하게.

"……지금, 이 나라 기준금리는 얼마예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사벨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루루는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그리고 클라리스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기준, 금리……" 클라리스가 중얼거렸다. "처음 듣는 단어야. 고대어인가? 아니면 신탁?"

"의사! 의사 불러! 엘리가 이상한 말을 해!"

이사벨라의 비명과 함께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땅이 울릴 듯한 굵은 목소리.

"내 딸이 깨어났다고오오오!"

엘리시아는 다시 금박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사 하나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묘하게 비웃는 것 같았다.

'일단…… 저 천장 금박, 몇 돈이나 들었을까.'

그것이 엘리시아 로젠하르트로서 한 첫 번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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