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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사교계와 은행

15화 — 계산이 안 되는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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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장미 정원은 초여름 햇살로 눈부셨다.

엘리시아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테오도르가, 왕태자의 예복 대신 처음 만났던 날의 회색 망토를 걸치고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작은 탁자 위에는 레몬주스 두 잔이 놓여 있었다. 엘리시아가 직접 가져온 것이었다.

"답을 들으러 왔소." 테오도르가 먼저 말했다. "아니,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소. 그대가 레몬주스를 들고 왔을 때부터."

"……어떻게요?"

"그대는 거절하기 전에 꼭 상대가 좋아하는 걸 하나 준비하지. 로젠 치킨에서 환불할 때 레몬주스를 공짜로 얹어 주는 것처럼." 테오도르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영업의 기본이라 했던가."

엘리시아는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곧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테오. 당신 청혼은, 내가 받아 본 제안 중에 제일 합리적인 제안이었어요."

"알고 있소."

"당신이랑 이야기하는 건 정말 재미있어요. 이 세계에 와서…… 아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랑 같은 그림을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것도 알고 있소."

"근데." 엘리시아가 잔을 내려다보았다. "내 비교표에, 계산이 안 되는 칸이 하나 있었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계산할 수 없는 칸은, 계산하라고 있는 칸이 아니라고."

테오도르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분수대의 물소리만 들렸다.

그러다 그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금화 한 닢이었다.

"그대가 비교표부터 그리리라는 데 걸었던 금화요. 내가 이겼으니 원래는 내가 받아야 하는데." 테오도르가 금화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그대에게 주겠소. 계산이 안 되는 칸에 진 값이라 생각하시오."

"테오……"

"대신." 그의 회색 눈에 익숙한 장난기가 돌아왔다. "혼인은 안 해도 동업은 해 주시오. 그 칙서는 진심이었소. 로젠하르트 예금소를 왕국 전체로 넓히고 싶소. 왕실 금고 개혁도. 그대 말고는 맡길 사람이 없소."

엘리시아는 금화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조건이 있어요."

"말해 보시오."

"왕실 재정 서류는, 왕께서도 읽고 서명하시게 해 주세요."

테오도르가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장미 정원에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 그 비 오는 밤, 로젠 치킨 구석 자리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웃음이었다.

"아바마마께서 들으시면 기절하시겠군. 좋소. 그 조건, 받아들이지."

두 사람은 레몬주스 잔을 부딪쳤다. 왕국 최초의 국립 은행 설립 협약은, 그렇게 왕궁 장미 정원의 분수대 옆에서 맺어졌다.

헤어지기 전, 테오도르가 문득 물었다.

"그 기사 말이오. 그대가 계산을 포기한 칸."

"……네."

"내가 처음 로젠 치킨에 갔던 날, 그는 나를 계단 위에서 내내 노려보고 있었소. 내가 그대 맞은편에 앉는 순간부터, 일어서는 순간까지. 왕실 근위대 단검을 알아본 건 그 사람 하나뿐이었지." 테오도르가 망토를 여몄다. "그런 사람이라면 질 만하오. 행복하시오, 엘리시아."


카이엘이 북부로 떠난다는 소식은 그로부터 사흘 뒤에 들려왔다.

금화 상회에 빼앗겼던 그의 집안 영지가 돌아왔다. 10년 동안 방치된 땅이었다. 집은 무너졌고, 밭은 묵었고, 영지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곳을 다시 일으키려면 누군가 가야 했다. 그리고 카이엘은, 이제 그 백작가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엘리시아는 그 이야기를 클라리스에게서 들었다. 카이엘에게서가 아니라.

"……언제 간대?"

"모레. 공작님께는 벌써 말씀드렸대. 기사단도 그만두고."

"나한테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클라리스는 안경을 고쳐 쓰며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독설 없이 말했다.

"엘리. 그 사람은 5년 동안 한 번도 너한테 뭘 달라고 한 적이 없어. 망토도, 촛불도, 장부도, 비 오는 날도. 네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이번에도 아무 말 안 하고 갈 거야."

엘리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그녀는 마구간으로 갔다. 카이엘의 검은 말이 있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마구간지기가 말했다. 카이엘 경은 오늘 로젠베르크 영지에 들렀다가 떠날 거라고. 마지막으로 꼭 가 볼 데가 있다고.

엘리시아는 말에 안장을 얹었다.


로젠베르크 외곽, 강 건너 방앗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4년 전 폭우가 쏟아지던 밤, 엘리시아가 그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던 그 다음 날 아침. 카이엘은 해가 뜨자마자 치킨 두 바구니를 싣고 이 언덕을 넘었다. 로젠 치킨 배달 기사단의 첫 번째 '하루 늦은 배달'이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언덕 위에 검은 말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 옆에, 남색 망토를 걸친 사람이 강을 내려다보며 서 있었다.

엘리시아는 말에서 내렸다. 발소리에 카이엘이 돌아보았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여긴 어떻게."

"마구간지기 할아버지가 말해 줬어." 엘리시아가 그의 앞까지 걸어갔다. 숨이 찼다. 말을 너무 빨리 몰았다. 규칙 1번 위반이었다. "북부 간다며."

"……응."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말하면, 네가 붙잡을 것 같아서."

"붙잡으면 안 돼?"

카이엘이 그녀를 보았다. 노을이 그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니, 노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엘리시아. 나는 몰락한 백작가 출신이야. 영지라고 해 봤자 무너진 집이랑 묵은 밭뿐이고. 너는 공작가 딸이고, 왕태자 전하가 청혼한 사람이고, 왕국 최초의 은행을 만든 사람이야." 그가 시선을 떨궜다. "네 비교표, 나도 봤어. 루루 아가씨가 보여 줬어. '정치적 이점: 없음'."

'루루……'

엘리시아는 속으로 막냇동생의 이름을 씹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 표, 끝까지 봤어?"

"……어?"

"맨 아래 칸. '종합'."

카이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엘리시아는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계산이 안 됨.' 그렇게 썼어. 나 은…… 숫자 다루는 걸로 평생 살았어. 세상에 계산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했어. 이자도, 원가도, 감가상각도, 사람 마음도. 근데 너만 안 됐어."

바람이 불었다. 언덕의 풀들이 일제히 누웠다.

"그리고 그 표 밖에, 줄 그어서 지운 한 줄이 있었어." 엘리시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시선은 피하지 않았다. "이번엔 안 지울게. 소리 내서 말할게."

"……"

"네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

카이엘의 눈이 커졌다.

"뱅크런 날 밤, 금고가 비어 가는 것보다 네가 안 돌아오는 게 더 무서웠어. 이게 무슨 뜻인지 계산은 안 되는데, 답은 알 것 같아." 엘리시아가 그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4년 전 폭우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가지 마. 아니, 가도 돼. 대신 혼자 가지 마."

긴 침묵이 흘렀다.

카이엘은 망토 자락을 쥔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그 위에 겹쳤다. 크고, 굳은살이 박이고, 따뜻한 손이었다.

"……엘리시아."

"응."

"네가 처음 마차 창고에서 마차 바닥 뜯고 있을 때부터,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어."

"……지금 그 얘기를 왜 해."

"그날 너를 저택까지 데려다주면서 생각했어. 이 이상한 애는 혼자 두면 안 되겠다고." 카이엘의 입가에, 아주 드물게 웃음이 걸렸다. "그게 처음이었어. 그 뒤로 5년 동안, 한 번도 그 생각이 안 바뀌었어."

그는 그녀의 손을 망토 자락에서 떼어, 두 손으로 감쌌다.

"네가 뭘 숨기고 있는지 몰라. 비 오는 날 누구를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왜 가끔 아무도 모르는 말을 하는지, 왜 열세 살 때부터 어른처럼 숫자를 셌는지. 묻지 않을게. 네가 말하고 싶을 때 말해." 카이엘이 고개를 숙여,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네가 뭘 숨기고 있든 상관없어. 이번엔 내가 너를 지킬게."

엘리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이번에는 빗물 핑계를 댈 수도 없었다.

"……바보."

"응."

"규칙 6번. 평생 지켜야 해."

"알아."

"위반하면 급료 삭감이야."

"평생 급료 없이 일해도 돼. 네 옆이면."

노을이 언덕을 붉게 물들였다. 강 건너 방앗간의 물레방아가 느릿하게 돌았다. 카이엘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엘리시아는 그 품에 이마를 기댔다. 레몬 냄새가 났다. 아니, 그건 자기 소매에서 나는 냄새였다. 하루 종일 오토 할아버지 옆에서 레몬을 짰으니까.

그리고 두 사람의 입술이, 아주 조심스럽게 닿았다. 계산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그럼 북부는 어떡해?" 돌아오는 길, 나란히 말을 몰며 엘리시아가 물었다.

"가야지. 영지민들이 기다려."

"그럼 나도 갈래."

"……예금소는?"

"북부에도 지점 내면 되지. 무너진 영지를 다시 세우려면 돈이 필요하잖아. 정당한 이자로 빌려줄 곳이." 엘리시아가 씩 웃었다. "너희 영지가 북부 1호점이야. 대출 심사는 엄격하게 할 거야."

카이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웃었다.

"그 전에, 공작님께 말씀드려야겠지."

"……아."

두 사람은 동시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장면을 떠올렸다. 키가 2미터에 가까운 북부의 철벽이, 딸을 데려가겠다는 기사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할지.

"카이엘."

"응."

"규칙 6번, 아버지 앞에서도 유효해."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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