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장단점 비교표
왕태자의 편지는 예금소 개업 넉 달째 되던 날 도착했다.
금색 봉랍에 왕실 문장. 엘리시아는 사무실에서 그것을 뜯어 읽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에 이르러,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조금 떨렸기 때문이다.
로젠하르트 영애께.
돌려 말하는 것은 그대의 취향이 아닐 테니 바로 쓰겠소. 나와 혼인하지 않겠소?
그대도 알다시피, 이 왕국의 돈은 지금 썩은 물길로 흐르고 있소. 금화 상회는 귀족의 영지를 삼키고, 왕실 재정 고문들은 그 상회에서 뇌물을 받소. 나는 그 물길을 바꾸고 싶소. 그러려면 그대가 필요하오. 그대의 예금소를 왕국 전체로 넓히고, 왕실 금고를 그대의 방식으로 다시 짜고 싶소.
사랑을 약속하지는 않겠소. 그런 약속을 하기엔 우리 둘 다 셈이 너무 빠르니까. 다만 최고의 동업자가 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소. 그대가 그리는 그림을 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왕국에 나 말고 또 있겠소?
답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오. 다만 그대가 이 편지를 읽고 장단점 비교표부터 그리리라는 것에, 내 금화 한 닢을 걸겠소.
— 테오
엘리시아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서랍에서 새 양피지를 꺼냈다.
깃펜에 잉크를 묻히다가, 편지의 마지막 줄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시 펜을 멈췄다.
'……금화 한 닢 잃게 해 줄까.'
3초 뒤, 그녀는 양피지 맨 위에 제목을 적었다.
[혼인 검토 — 장단점 비교표]
그날 밤.
엘리시아가 목욕을 하러 간 사이, 그녀의 방에 세 개의 그림자가 숨어들었다.
"찾았어?" 이사벨라가 속삭였다.
"쉿. 책상 위에 있어." 클라리스가 양피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촛불에 비춰 보더니, 안경 너머의 눈이 커졌다. "……세상에."
"뭔데, 뭔데?" 루루가 언니들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양피지에는 정갈한 표가 그려져 있었다. 왼쪽 칸에는 '테오도르 왕태자', 오른쪽 칸에는…….
"카이엘 오빠다!" 루루가 비명을 질렀다가 이사벨라에게 입을 막혔다.
왕태자에게 청혼을 받았는데, 비교 대상이 청혼도 하지 않은 기사였다. 세 자매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양피지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 항목 | 테오도르 | 카이엘 |
|---|---|---|
| 대화 | 숫자 이야기가 통함. 재미있음. | 말이 없음. 근데 불편하지 않음. |
| 사업 시너지 | 매우 높음. 예금소 전국 확장 가능. | 배달 기사단장. 안전 규칙을 제일 잘 지킴. |
| 정치적 이점 | 왕실과 연결. 그레고르 견제 가능. | 없음. 몰락 백작가. |
| 위험 요인 | 왕비가 되면 예금소 운영할 시간이 줄어듦. | 내가 다른 사람이랑 춤추면 화냄. |
| 기타 | 금화 한 닢 내기에서 이기게 해 주기 싫음. | 비 오는 날 망토 덮어 줌. 돌부리 있으면 걸음 늦춤. 내가 우는 거 봐도 아무것도 안 물어봄. |
| 종합 | 합리적으로 최선. | 계산이 안 됨. |
맨 아래, 표 바깥에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적혀 있었다. 썼다가 줄을 그어 지운 흔적이 있었다.
옆에 없으면 불안함.
세 자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산이 안 됨'." 클라리스가 그 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엘리가 계산이 안 된다고 쓴 거, 5년 만에 처음 봐."
"이건 끝난 거야." 이사벨라가 팔짱을 꼈다. "카이엘이지."
"아니, 잠깐." 클라리스가 안경을 고쳐 썼다. "합리적으로 보면 왕태자 전하가 맞아. 엘리가 하고 싶은 일을 제일 크게 할 수 있게 해 줄 사람이잖아. 그리고 '대화가 재미있음'이라고 썼어. 엘리한테 그건 엄청난 칭찬이야."
"클라리스, 너 지금 왕태자 편이야?"
"나는 논리 편이야."
"루루는 카이엘 오빠!" 루루가 손을 번쩍 들었다. "비 오는 날 망토 덮어 주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 연애 소설에서 다 그랬어!"
"연애 소설이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클라리스 언니도 열세 살 때 엘프 왕가 후손이라면서 귀에……"
"그 얘기 꺼내면 파문이야, 루루."
그렇게 로젠하르트 공작가의 세 자매는,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카이엘파'와 '왕태자파'로 갈라졌다.
이튿날 아침, 기사단 연습장.
"카이엘 경. 대련 한 판 하지."
목검을 든 이사벨라가 연습장 한가운데 섰다. 스물네 살의 공작가 장녀. 사교계의 꽃. 그리고 아버지 몰래 15년간 검을 휘둘러 온, 기사단에서 그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힌다는 숨은 고수.
카이엘이 당황한 얼굴로 목검을 들었다. "이사벨라 아가씨, 갑자기 왜……"
"우리 셋째를 지킬 수 있는 남자인지 확인하려고."
"……예?"
대답 대신 목검이 날아들었다. 카이엘이 반사적으로 막았다. 딱! 연습장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경하던 기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같은 시각, 왕궁 서재.
"전하, 질문이 있습니다." 클라리스가 테오도르 맞은편에 앉아 두꺼운 수첩을 펼쳤다. "총 쉰 개입니다."
왕태자는 찻잔을 든 채 굳었다. "……로젠하르트 둘째 영애, 이건 무슨……"
"제 동생과 혼인하실 자격이 있는지 검증하는 절차입니다. 첫 번째 질문. 연 1할 반으로 금화 천 닢을 3년간 빌려주면, 복리로 원리금은 얼마입니까?"
"……금화 1,520닢하고 은화 일곱 닢 남짓."
"정답. 두 번째 질문. 제 동생이 장부를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칸은?"
"……그건 내가 어떻게 아오."
"감점 3점."
그리고 같은 시각, 로젠 치킨 본점 주방.
루루가 오토 할아버지에게 레몬주스를 배우고 있었다. 열세 살 소녀는 레몬을 짜면서 진지하게 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어떻게 결혼했어요?"
"하하, 그거야. 할머니가 우리 마을 우물가에서 물동이를 이고 가는데, 비가 오더라고. 그래서 내 웃옷을 벗어서 씌워 줬지."
"역시!" 루루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 오는 날 옷 덮어 주는 사람이 정답이야!"
그날 저녁, 엘리시아는 식탁에 앉자마자 이상한 공기를 느꼈다.
이사벨라는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묘하게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클라리스는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루루는 엘리시아를 볼 때마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세 자매가 동시에 대답했다.
공작부인만이 우아하게 수프를 떠먹으며 말했다.
"오늘 이사벨라가 카이엘 경과 대련을 했다더구나. 한 시간 동안. 결국 비겼다지. 그리고 클라리스는 왕궁에 가서 왕태자 전하께 쉰 가지 질문을 드렸고. 전하께서 서른한 개를 맞히셨다던데."
엘리시아의 숟가락이 수프 속에 빠졌다.
"그리고 루루는." 공작부인이 막내를 돌아보았다. "하루 종일 레몬을 짜면서 오토 씨에게 연애 상담을 했다지."
"어머니, 그걸 다 어떻게……"
"이 집의 안주인은 나란다." 공작부인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엘리시아. 네 책상 위에 있던 그 표 말이다."
엘리시아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뒤늦게 깨달았다. 언니들이 그 표를 봤다는 것을.
"하나만 말해 주마." 공작부인이 조용히 말했다. "네가 계산할 수 없는 칸이 있다면, 그건 계산하라고 있는 칸이 아니란다."
식탁이 조용해졌다. 공작만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뭐? 무슨 표? 무슨 칸? 엘리야, 혹시 우리 집에 또 빚이 생겼냐?"
"아니에요, 아버지."
"그럼 무슨……"
"레오. 수프 식어요."
"……알겠소."
그날 밤, 엘리시아는 비교표를 다시 펼쳤다. 그리고 줄을 그어 지웠던 그 작은 글씨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옆에 없으면 불안함.
그녀는 깃펜을 들었다. 그 줄 위에, 다시 무언가를 쓰려고.
바로 그때, 창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이어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집사의 당황한 목소리.
"아가씨! 급보입니다! 은방울 골목 예금소 앞에…… 예금소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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