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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사교계와 은행

10화 — 데뷔탕트

조회 3 약 6분

"숨 들이마셔, 엘리."

"이미 들이마셨어, 언니."

"더."

"더 들이마시면 폐가 터져."

이사벨라가 코르셋 끈을 한 번 더 잡아당겼다. 엘리시아의 입에서 개구리 밟히는 소리가 났다. 거울 속에는 하늘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열여덟 살 아가씨가 있었다. 금발은 진주 핀으로 틀어 올렸고, 목에는 어머니가 시집올 때 가져온 사파이어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봄의 첫 보름, 왕궁 무도회. 왕국의 열여덟 살 귀족 영애들이 처음으로 사교계에 얼굴을 내미는 날이었다.

"이 드레스 얼마짜리야?" 엘리시아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그걸 왜 지금 물어."

"한 번 입고 말 옷이면 감가상각이 너무 커서……"

"엘리." 클라리스가 책을 덮었다. 스물한 살이 된 그녀는 여전히 안경을 쓰고 있었고, 여전히 사교계에 관심이 없었다. "오늘 하루만 그 주문 금지야. 사교계 데뷔하는 날 감가상각 얘기하면 평생 혼삿길 막혀."

"혼삿길 같은 거 필요 없는데."

"엘리 언니 결혼 안 해?" 열세 살이 된 루루가 침대 위에서 다리를 흔들며 물었다. 5년 전 엘리시아가 처음 깨어났을 때 그녀 가슴 위에서 울던 꼬마는, 이제 언니들 중 누구보다도 연애 소설을 많이 읽는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럼 카이엘 오빠는 어떡해?"

"카이엘이 왜 나와."

세 자매가 동시에 엘리시아를 쳐다보았다. 불쌍하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뭐."

"아니야." 이사벨라가 한숨을 쉬며 마지막 핀을 꽂았다. "우리 셋째는 장부는 귀신같이 읽으면서, 사람 마음은 못 읽어."


저택 현관 앞에는 공작가 문장이 새겨진 마차가 서 있었다. 그 옆에 한 기사가 서 있었다.

엘리시아는 계단 중간에서 걸음을 멈췄다.

카이엘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카이엘이 아니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고, 낡은 견습복 대신 은빛 장미가 수놓인 남색 정기사 예복을 입고 있었다. 지난겨울 공작에게서 기사 서임을 받은 뒤 처음 입는 예복이었다. 열아홉 살의 그는 어깨가 넓어졌고, 키는 공작에 버금갈 만큼 컸고, 얼굴에서는 소년의 선이 거의 지워져 있었다.

카이엘도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숨을 멈추는 것 같았다.

"……공작님께서 오늘 에스코트를 맡으라고 하셨어."

"자원했다던데." 엘리시아가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기사단장님이 그러셨어."

카이엘의 귀 끝이 붉어졌다. 5년이 지나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엘리시아는 그 손을 잡았다. 크고, 굳은살이 박이고, 따뜻한 손이었다. 마차에 오르는 그 짧은 순간, 그녀는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코르셋 때문이야. 혈액 순환이 안 돼서.'

엘리시아는 그렇게 결론 내렸다.


왕궁 대연회장은 눈이 부셨다. 수천 개의 촛불이 크리스털 샹들리에에서 빛났고, 대리석 바닥 위로 형형색색의 드레스가 꽃밭처럼 펼쳐졌다. 악단이 왈츠를 연주하고, 시종들이 은쟁반을 들고 오갔다.

엘리시아가 연회장에 들어서자, 웅성거림이 일었다.

"저기, 로젠하르트 셋째야."

"닭튀김 영애?"

"금화 상회 빚을 혼자 다 갚았다며."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왕도 장사꾼들보다 셈이 빠르대."

"귀족 영애가 장사라니, 천박하게."

"그래도 로젠 치킨은 맛있잖아."

"……그건 그렇지."

엘리시아는 그 수군거림을 흘려들었다. 창구에서 듣던 고객 불만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카이엘은 그녀의 반 걸음 뒤에서, 수군거리는 귀족 자제들을 한 명씩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그 눈빛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너, 그 눈빛 좀 하지 마." 엘리시아가 작게 속삭였다.

"무슨 눈빛."

"사람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

"원래 이렇게 생겼어."

"아니거든."

그때, 시종장의 지팡이가 대리석 바닥을 세 번 울렸다.

"발레리아 왕국의 왕태자, 테오도르 폰 발레리아 전하 납시오!"

연회장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엘리시아도 드레스 자락을 잡고 무릎을 굽혔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대연회장 계단 위에, 금실로 수놓인 백색 예복을 입은 청년이 서 있었다. 금빛 왕관이 은발 위에서 빛났다. 그리고 그 아래, 회색 눈동자.

엘리시아는 입을 벌린 채 굳었다.

'……테오?'

폐점 직전 구석 자리. 반쯤 남긴 치킨. 레몬 운송비를 계산하던 '왕도의 한량'.

왕태자가 계단을 내려왔다. 귀족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그는 곧장, 망설임 없이 걸어왔다. 엘리시아 앞까지.

"로젠하르트 영애." 테오도르가 손을 내밀었다. 입가에는 그 느릿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첫 춤을 청해도 되겠소?"

연회장이 술렁였다. 데뷔탕트 무도회에서 왕태자의 첫 춤 상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엘리시아는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왕태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한량이라면서요."

"왕도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이 왕태자요. 하는 일이라곤 서류에 서명하는 것뿐이니." 테오도르가 눈을 찡긋했다. "물론 나는 읽고 서명하오. 그대 아버님과 달리."

엘리시아는 웃음이 터질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연회장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악단이 새로운 왈츠를 시작했다. 테오도르의 춤은 완벽했다. 엘리시아는 이사벨라에게 3개월간 지옥 훈련을 받은 덕분에 겨우 발을 밟지 않을 수 있었다.

"왜 말 안 했어요?" 엘리시아가 빙글 돌며 물었다.

"말했으면 그대가 그렇게 솔직하게 대답해 줬겠소? 레몬주스는 손해 보고 판다느니, 노인 무료는 계산 안 한다느니." 테오도르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왕태자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귀족은 없소. 모두 내가 듣고 싶은 말만 하지."

"그래서 몰래 왔어요? 감사관처럼?"

"감사관이라. 좋은 표현이군." 그가 웃었다. "맞소. 왕국의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고 싶었소. 금화 상회가 귀족들의 영지를 하나씩 삼키는 동안, 왕실 재정 고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거든. 아니, 보지 않았거나."

왈츠가 절정에 이르렀다. 테오도르가 그녀를 높이 들어 올렸다가 내려놓았다. 연회장에서 탄성이 터졌다.

"엘리시아. 그대가 예금소를 연다고 들었소."

"……어떻게 알았어요?"

"그대 아버님이 왕궁에 설립 허가 신청서를 내셨으니까. 그리고 그 서류를 승인하는 게 내 일이오." 음악이 끝났다. 테오도르가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승인했소. 그날 꼭 보고 싶다고 했잖소."

박수가 쏟아졌다. 엘리시아는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연회장 벽 쪽, 기사들이 늘어선 자리에서, 남색 예복의 기사 하나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던 다른 기사들은 나중에 증언했다. 그날 밤 카이엘 경의 주변 공기가 한겨울 북부 국경보다 차가웠다고.


그날 밤, 돌아오는 마차 안.

엘리시아는 구두를 벗어 던지고 발을 주물렀다. 카이엘은 맞은편에 앉아 창밖만 보고 있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카이엘."

"……"

"너 화났어?"

"아니."

"화났잖아."

"안 났어."

"테오가 왕태자인 거, 너 알았어?"

카이엘이 그제야 그녀를 보았다.

"처음 왔을 때부터. 망토 안에 왕실 근위대 단검을 차고 있었어. 한량은 그런 거 안 차."

"근데 왜 말 안 했어?"

카이엘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 뒤에야,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하면, 네가 그 사람이랑 더 얘기하고 싶어할 것 같아서."

엘리시아는 그 말의 뜻을 곱씹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무언가가 아주 희미하게 맞물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마차가 저택 앞에 멈췄고, 카이엘은 먼저 내려 문을 열어 주었다.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으로.

그날 밤 엘리시아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금박 천장의 천사를 올려다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혈액 순환 문제가 아니었나.'

천사가 웃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비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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