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왕도의 손님, 그리고 마지막 금화
열여섯 살 여름, 로젠 치킨은 왕도에 상륙했다.
왕도 아르셀리아의 상업 거리, 은방울 골목. 왕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거리 한복판에 장미 간판이 걸렸다. 북부 시골 공작가 딸의 닭튀김 가게라며 비웃던 왕도 귀족들은, 개업 한 달 만에 하인들을 줄 세워 치킨을 사 가기 시작했다. 석 달이 지나자 '로젠 치킨을 대접하지 않는 연회는 연회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돌았다.
가게 한쪽 벽에는 작은 나무 판이 걸려 있었다. '마리의 레몬주스 — 70세 이상 어르신께는 무료.' 그 아래에서 오토 할아버지가 매일 아침 레몬을 짰다. 그는 손님이 주스를 마시고 웃을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그 손님이 처음 나타난 것은 장마가 시작되던 날이었다.
폐점 직전, 비에 젖은 회색 망토를 쓴 청년 하나가 가게 구석 자리에 앉았다. 열여덟 살쯤 되어 보였다. 망토 아래로 보이는 옷은 수수했지만, 앉는 자세와 손가락의 움직임에서 어딘가 몸에 밴 품위가 묻어났다. 그는 기본 치킨 반 마리와 레몬주스를 시켰다. 그리고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가게 안을 천천히 관찰했다.
주방의 동선. 계산대의 장부. 배달 기사들이 드나드는 순서. 벽에 붙은 메뉴판의 가격.
엘리시아는 2층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손님이 아니었다. 저건 감사관의 눈이었다. 은행 시절, 본점 감사팀이 지점에 암행을 나올 때 딱 저런 눈빛이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 청년의 맞은편에 앉았다.
"치킨이 입에 안 맞으세요? 반이나 남기셨네요."
청년이 고개를 들었다. 회색 눈동자였다. 그 눈이 엘리시아를 위아래로 훑더니, 입가에 느릿한 미소가 걸렸다.
"맛은 훌륭하오. 다만 궁금한 게 많아서 먹을 틈이 없었을 뿐."
"뭐가 궁금하신데요?"
"이를테면." 청년이 메뉴판을 가리켰다. "레몬은 남부에서 오지. 운송비를 더하면 한 잔에 동화 여덟 닢은 들 거요. 그런데 이 가게는 동화 여섯 닢에 팔고, 노인에게는 공짜로 주는군. 팔수록 손해 아니오?"
"맞아요. 한 잔에 동화 두 닢씩 손해예요."
"그런데 왜?"
"레몬주스를 시키는 손님 열 명 중 일곱 명이 치킨을 한 마리 더 시켜요. 치킨 한 마리 마진이 동화 스무 닢이고요. 주스로 두 닢 잃고, 치킨으로 열넷 버는 거예요." 엘리시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노인 무료는…… 그건 계산 안 해요. 그냥 하는 거예요."
청년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웃었다. 비 오는 밤의 조용한 가게에, 맑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재미있군. 이 가게 주인이 공작가의 셋째 딸이라고 들었는데. 그대가?"
"엘리시아 로젠하르트예요. 그쪽은요?"
"테오." 청년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냥 테오라고 부르시오. 왕도의 한량이오."
'거짓말.' 엘리시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량은 레몬 운송비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테오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게에 나타났다. 언제나 폐점 직전, 언제나 같은 구석 자리. 그리고 언제나 엘리시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배달 기사단의 급료 체계는 어떻게 되는지, 왜 다친 기사에게 쉬는 날의 급료까지 주는지, 장부는 왜 날짜별이 아니라 항목별로 나누는지.
엘리시아는 처음에는 귀찮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클라리스는 숫자를 정리해 줬고, 카이엘은 묵묵히 곁을 지켜 줬지만, 그녀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을 똑같이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테오는 달랐다. 그녀가 '복리'라는 말을 꺼내자, 그는 설명을 듣기도 전에 손가락으로 탁자 위에 숫자를 그려 보였다.
"그대는 위험한 사람이오, 엘리시아." 어느 밤 테오가 말했다. "이 가게 장부를 보면, 그대가 무엇을 하려는지 보이거든."
"뭘 하려는 것 같은데요?"
"돈을 모으고 있지. 치킨으로 버는 돈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하려고." 테오의 회색 눈이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금화 상회와 싸울 생각이오?"
엘리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레몬주스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싸우려는 게 아니에요. 빚을 갚으려는 거예요."
"그다음은?"
"……그다음은, 그 사람들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거예요."
테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일어나 망토를 걸쳤다. 문을 나서기 전, 그는 돌아보며 말했다.
"그대가 그 일을 시작하는 날, 나도 꼭 보고 싶군."
그가 떠난 뒤, 카이엘이 2층 계단에서 내려왔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저 사람, 매주 오네."
"응. 단골이야."
"한량은 아닌 것 같던데."
"나도 알아."
카이엘은 테오가 앉았던 자리를 한참 노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빈 접시를 치웠다. 평소보다 접시 부딪치는 소리가 조금 컸다.
열일곱 살 가을. 엘리시아는 금화 상회 왕도 본점의 문을 열었다.
대리석 바닥, 황금 샹들리에, 벽마다 걸린 독수리 문장. 그 화려함이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졌는지, 엘리시아는 알고 있었다. 오토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 같은 사람들의 돈이었다.
가장 안쪽 방에서 그레고르 남작이 그녀를 맞았다. 쉰 살쯤의 마른 남자였다. 매부리코에 반지를 열 손가락에 다 끼고 있었고, 웃는 얼굴인데도 눈이 웃지 않았다.
"로젠하르트 공작가의 셋째 따님. 소문은 많이 들었소. 닭튀김으로 꽤 재미를 보신다고."
"덕분에요." 엘리시아는 권하지도 않은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빚을 갚으러 왔어요. 4년 전, 제 아버지가 서명하신 차용 증서요."
그레고르의 눈썹이 꿈틀했다. "하하. 그 빚이 지금 얼마인지는 알고 오셨소? 월 3할 복리로 4년이면……"
"금화 2만 4천 닢."
엘리시아가 말을 잘랐다. 그리고 클라리스가 정리한 양피지를 탁자 위에 펼쳤다.
"월 3할 복리로 계산하면 지금 이 빚은 금화 수백만 닢이 넘어요. 왕국 전체 세수보다 많죠. 하지만 『왕국 고법전』 제41조에 따라 이자는 원금의 곱절을 넘을 수 없어요. 원금 8천 닢, 이자 상한 1만 6천 닢, 합계 2만 4천 닢. 그리고 이건 제가 따로 말씀드릴 필요도 없겠죠. 남작님 부하가 서부 재판소에서 이 조항으로 진 걸 아실 테니까."
그레고르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엘리시아는 손뼉을 두 번 쳤다. 문이 열리고, 카이엘과 배달 기사단 소년들이 묵직한 나무 상자를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상자가 바닥에 놓일 때마다, 둔탁한 금속성이 방 안을 울렸다. 모두 열두 상자.
"바르톨로에게서 되찾은 금화 4천 닢. 로젠 치킨 일곱 개 지점, 4년 치 순이익 2만 닢. 합계 2만 4천 닢이에요. 세어 보세요. 한 닢도 틀리지 않았을 거예요."
방 안이 고요해졌다. 그레고르는 상자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에 낀 반지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4년. 그가 예상한 것은 파산한 공작가가 남부 곡창지대를 넘기러 오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 아니었다.
"……영수증을 써 드리지."
남작이 깃펜을 들었다. 그리고 서명을 마친 영수증을 내밀며, 낮게 속삭였다.
"아가씨는 오늘 큰 실수를 했소. 빚을 갚은 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왕국에서 돈의 길을 쥔 건 여전히 나요."
엘리시아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문 앞에서 돌아보았다.
"아니요, 남작님. 오늘이 시작이에요."
그날 밤, 로젠하르트 저택의 식당.
엘리시아는 아버지 앞에 영수증 한 장을 내려놓았다. '금화 상회 — 채무 전액 변제 완료.'
공작은 그 종이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4년 전 그날처럼, 커다란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빠가 서명한 종이 한 장 때문에…… 우리 엘리가 4년을……"
"아버지, 우세요?"
"안 운다!"
"우시잖아요."
"이건…… 땀이다!"
공작부인이 웃으며 손수건을 건넸다. 이사벨라는 엘리시아를 끌어안았고, 루루는 "엘리 언니 최고!"를 외치며 식탁 위로 기어 올라갔다가 혼났다. 클라리스는 조용히 수첩을 덮었다. 그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공작가 부채: 0.'
축하가 한바탕 지나간 뒤, 엘리시아는 식탁 위에 또 한 장의 양피지를 펼쳤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
가족들이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4년 동안 그녀가 양피지를 펼칠 때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양피지 맨 위에는 큼직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로젠하르트 예금소 설립 계획서]
"돈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돈을 맡아 주는 곳이에요. 누구든, 동화 한 닢이라도 맡기면 이자를 붙여 돌려줘요. 그리고 그 돈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한테 정당한 이자로 빌려줄 거예요. 오토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다시는 금화 상회 같은 곳에 가지 않아도 되게."
공작부인이 계획서를 집어 들었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손을 멈추고, 딸을 바라보았다.
"엘리시아. 이걸 시작하면, 그레고르 남작과 정면으로 맞서게 될 거란다."
"알아요."
"무섭지 않니?"
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무서워요. 근데 어머니, 저 원래 은…… 아니, 숫자 다루는 건 자신 있어요."
공작부인은 무언가를 알아챈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계획서를 남편에게 넘기며 말했다.
"레오. 서명하세요. 이번에는 읽고서."
공작이 계획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무려 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큼직한 서명을 남겼다.
그해 겨울, 엘리시아는 열여덟 살이 되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그녀는 사교계에 데뷔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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